
김세진이 이번 작업을 시작하게 된 기점을 잊지 않기 위해 그려왔던 그림들1)은 인간이 세기를 거쳐 구축해 온 문명의 기반, 노동하는 인간의 한 장면–먹을 양식, 양식을 제조하는 공정, 그 일을 하는 인간–이다. 근대 이후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은 인간의 분업화, 주로 손으로 하는 작업들을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과정을 반영하며, 생산과 효용성을 위한 존재로서 인간의 가치를 질문하게 했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기능을 세분화하여 확장하려는 지속적인 시도였으며, 신체의 각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손과 다리, 시력과 청력, 기억과 연산을 대신하는 기계를 생산했다. 문명이 인간의 생물학적 취약성과 결손을 보완하기 위해 발명한 거대한 보장구라는 통찰, 즉 ‘인간은 일종의 보철의 신이 되었다.’2)라는 말은 김세진이 〈의인화〉 안에 텍스트로 명시한 ‘거인의 팔다리를 얻은 우리’, ‘이해할 수 없는 육체를 대신하는 기계 질서가 건설하는 세계’와 연결된다. 신체의 취약함을 끝없이 보완하고 싶은 인간과 기술 발전의 조합은 점차 인간의 신체가 갖는 고유한 기능으로부터 인간 자체를 분리시켰다. 기계와 인간이 서로를 보완하는 사이, 기술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고, 감각을 대체하며, 판단을 위임받는 자리에 섰다. 그리고 이제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문명으로의 진입 앞에 인간을 세운다. 1) 〈회전하는 세계〉(모눈종이 위에 콜라주 드로잉)는 총 네 점으로, 세 점의 작업은 먹을 양식으로서의 빵, 양식을 제조하는 공정으로서의 회전하는 기계 속 빵 반죽,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노동자로서의 인간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점은 자연 질서 속 식물생장의 궤적을 그린 작업이다.